한국 드라마 언제 이렇게 좋아졌지?
'와일드 앤 영' 작가들이 안방극장에 새 바람을 불러오고 있다.

40년간 국내 최고의 자리를 지켜온 김수현 작가, 마니아 드라마의 시초가 된 노희경 작가 등 한국 드라마 양대산맥을 뛰어넘어 쟁쟁한 젊은 작가들이 대거 등장한 것은 참으로 오랜만의 일이다.

올 상반기 최고 화제작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박혜련 작가, 케이블 드라마의 돌풍을 일으킨 tvN ‘나인:아홉번의 시간여행’의 송재정, 김윤주 작가, SBS ‘추적자’에 이어 ‘황금의 제국’으로 사회드라마의 서막을 연 박경수 작가, 지난해 화제작 KBS2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박지은 작가 등 걸출한 중견작가들이 정극 드라마의 외연을 넓히며 맹활약하고 있다.

◇모든 길은 드라마로 통한다

‘너목들’을 통해 스타 작가로 떠오른 박혜련 작가는 ‘법정+판타지+로맨틱’의 독특한 혼용 장르를 개척하며 엄청난 흡입력과 속도감으로 화제몰이했다.

박 작가의 가장 큰 매력은 캐릭터 각각이 가진 서브스토리가 다양한데다 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전체 사건으로 확장되는 짜임새가 탄탄하다는 점이다. 미로처럼 복잡하게 흩어진 이야기들이 하나의 맥으로 조였다 풀렸다 하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황금의 제국’ 박경수 작가는 자본주의의 유입과 함께 고도성장을 이룬 대한민국의 현재의 정치사회경제 구조를 날카롭게 지적하는 극본으로 정평이 나 있다. 전작 ‘추적자: 더체이서’에서 우리 사회 ‘갑’에 맨몸으로 저항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뤘다면 ‘황금의 제국’에서는 직접 ‘갑’들의 게임에 뛰어든 장태주(고수)를 통해 한판 신명나는 공성전을 보여주고 있다.

‘나인’ 송재정 작가는 근래 들어 자주 사용된 소재 타임슬립을 가지고 16회 내내 반전을 선보이며 촘촘하고 화려한 필력을 자랑했다. 로맨스와 스릴러를 유기적으로 잘 결합해 장르적 재미를 극대화했다는 평가다. ‘넝굴당’ 박지은 작가는 ‘내조의 여왕’, ‘역전의 여왕’ 등에서 보여준 통통튀는 글솜씨에 더해 가족극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하며 주목받았다.

뛰어난 기획과 극본으로 주목받은 이들 작가는 모두 예능 작가 출신이라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KBS 드라마국 관계자는 “예능 출신 작가들이 최근 들어 더 눈에 띄는 건 드라마가 산업화되면서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가 중요해졌고, 예능이 가진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가 이에 잘 부합되기 때문이다. 대중이 지금 무얼 좋아하고, 어떤 캐릭터가 먹히는지, 어떤 스토리에 흥미를 느끼는지를 알고, 필력만 있으면 이들이 훨씬 자유롭게 유입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현역 방송작가 800명, 공모전 도전자 매회 3000명

그렇다면 제2, 제3의 박혜련 작가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을까?

한국방송작가협회에 따르면 협회에 등록된 방송작가 수는 총 2600여명에 이른다. 이중 현역으로 활동 중인 작가는 약 800명으로, 작가로 데뷔하는 인원에 비해서 실제 활동하는 수는 많지 않은 편이다.

협회 관계자는 “지상파 3사에 케이블과 종합편성채널까지 생기면서 드라마 편수는 늘어났다. 하지만, 지상파에 단막극도 사라져 실질적으로 작가수가 눈에 띄게 늘어나지는 않았다. 오히려 과거와 비교하면 드라마작가보다는 예능작가들의 일자리가 늘어났고 인원도 많이 늘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드라마 산업의 성장과 함께 드라마작가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고, 이런 양적 변화가 질적 변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KBS 방송아카데미 관계자는 “과거와 비교하면 수강생들 중에 나이가 아주 많은 사람부터 아주 적은 사람까지 세대와 직종 등이 상당히 다양해졌다. 지망생들이 다양해진다는 것은 그만큼 작가군이 다양해지는 것이고, 다양한 드라마가 나올 수 있는 발판이 된다”면서 “보통 KBS 극본공모전을 하면 약 3000편 정도가 온다. 과거에는 이 중에서 심사대상에서 배제되는, 형식도 갖추지 못한 작품이 상당히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부분 작품이 기본 형식을 잘 갖추고 있다. 작가지망생들이 드라마에 대한 이해도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이고, 이는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고 전했다.

글: 박효실 기자 gag1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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